연방타임즈 = 고순희 기자 |
얼마 전 지인과 저녁을 함께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병원 개원을 준비 중인 젊은 의사였다.
식사 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병원 한다고 해서 돈 벌기 쉽지 않아요. 오히려 대출이 걱정입니다.”
그 말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인데도 다시 들으니 씁쓸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의사를 부러워하고, 변호사를 부러워한다.
그들을 향한 시선에는 종종 적잖은 질시가 섞여 있다.
왜일까.
돈을 많이 벌고, 넉넉하게 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선입견이 만들어낸 감정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할까.
나는 점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의사든 변호사든, 우리가 생각하는 ‘부자’는 많지 않다.
물론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수입은 보장될지 모른다.
하지만 ‘큰 부자’가 되는 건 다른 문제다.
더구나 요즘 같은 시대엔 더욱 그렇다.
예전에는 달랐다.
10년 전, 지인이 강남에 아파트를 샀다.
그때는 다들 말렸다. 대출을 잔뜩 끼고 샀으니 무모하다 여긴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아파트는 몇 배가 올랐다.
그는 덕분에 지금 꽤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가 의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아파트 한 채가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부동산이 모든 걸 설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의사도 변호사도 기업가도, 결국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
의료행위나 법률 서비스, 수출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전부가 아니었다.
오히려 부동산이 올라준 덕분에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십중팔구가 그랬다.
의사의 수입으로 세금 내고 생활비 쓰고 남은 돈을 모아서는 결코 이루기 힘든 수준이다.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기업가 역시 수출보다 부동산에서 훨씬 많은 이익을 남긴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강남 아파트도 상가도 예전처럼 쉽게 오르지 않는다.
내가 알고 지내던 또 다른 지인은 몇 해 전 상가 투자를 했다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건물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공실은 길어지고 있다.
한때 부동산이 답이었던 시절은 이미 저물었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든, 변호사든, 기업가든
이제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
저출산, 저성장, 장기 불황이 계속된다면
과거의 성공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대박이 쪽박으로 변하는 일이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그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은
내가 어디에 투자했는가보다
어떤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가를 고민할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부가 어디서 오는지를 다시 묻는 시대,
불편하지만 받아들여야 할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