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타임즈 = 이효주 기자 |
정부가 대안의 자유무역 블록으로 주목받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관세 정책 등으로 높아진 통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3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미 관세 협상 후속 지원 대책'이 발표된 가운데 정부는 "유사 입장국 간 경제동맹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한 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CPTPP 가입 검토 방침을 처음 공식화했다. 이후 '추진 검토'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다만 피해를 우려한 농민들의 강력한 반발 속에서 국회 보고가 이뤄지지 않는 등 관련 논의가 사실상 동력을 잃은 상태였다.
이에 정부가 이번에 CPTPP 가입에 관한 국내 논의를 실질적으로 재개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 정책,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의 대외 무역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 다변화 차원에서 CPTPP 같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21년 이후 (가입) 검토는 지속된 정부의 입장"이라며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나온 시점에서 (CPTPP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결성해 2018년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작년 12월에 영국이 추가로 가입했다. 현재 회원국은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칠레,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 총 12개국이다.
미국도 포함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첫 임기 때 탈퇴를 결정한 이후 일본 등의 주도로 CPTPP로 재발효됐다.
세계무역기구(WTO)로 대변되는 세계 자유무역 질서가 약화하고,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퍼지는 가운데 CPTPP는 자유무역의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주요 무역국들에 대안 경제 블록으로 가치가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월 '무역 구조 변화와 경제 안보에 대한 함의' 보고서에서 "CPTPP는 미·중을 제외한 12개 회원국 간 높은 수준의 개방을 표방하고 있어 미중 무역의존도 완화와 공급망 안정화에 효과적일 수 있다"며 한국이 적극 가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무역 정책에 불만을 가진 유럽연합(EU)도 CPTPP 가입에 큰 관심을 보인다. EU의 합류가 확정될 경우 CPTPP는 단숨에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포괄하는 거대 무역 블록으로 커지게 된다.
다만 향후 정부가 CPTPP 가입을 공식 신청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려면 농민 등 국내 이해 관계자 설득, 국회 보고 등 국내 법적 절차 마무리, CPTPP의 사실상 대주주 격인 일본과의 협의 등 여러 관문을 넘어야 한다.
새 회원국의 CPTPP 가입은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방식으로 결정된다. 그간에는 설령 한국이 공식 가입을 신청해도 주도국인 일본의 반대로 한국의 가입이 사실상 어려웠다는 관측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