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내 택시요금이 인상된 지 한 달 남짓. 승객이나 택시기사 모두 아직 큰 만족감은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택시 타기가 한결 쉬워졌으나 요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택시기사들은 승객이 줄어 수입이 늘지 않았다고 푸념이다.
서울의 중형택시는 지난달 1일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26.3%)으로 오르고 요금 기본거리도 2㎞에서 1.6㎞로 줄었다. 심야 기본요금 또한 시간대에 따라 1200~1400원 올랐고 시간요금과 거리요금도 인상됐다.
◇ "택시 잘 잡히지만…요금 부담에 대중교통 고수"
지난 8일 만난 시민들은 요금 부담 때문에 택시 이용을 줄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모씨(32)는 "종로에서 회식한 뒤 도봉에 있는 집까지 32분 정도 심야 택시를 타면 2만5000원이 나왔는데 이제는 20분만 타도 그 돈이 나온다"며 "택시 요금이 부담스러워 대중교통이 끊어지기 전에 귀가한다"고 말했다.
마곡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김모씨(40)도 "요금 인상 전 2만원대였던 택시비가 4만원대로 뛰었다"며 "요즘은 술자리에 가도 시계를 보다가 11시만 되면 부리나케 일어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36·여)는 "배달앱은 밤 12시 이후 할증요금을 받는데 택시 요금을 오후 10시부터 할증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며 "우리나라도 차량공유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 "인상 전과 수입 비슷…승객 잡기 더 치열"
택시기사라고 사정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요금 인상 전후 수입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승객잡기 경쟁만 더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일부 택시기사는 물가가 오른 만큼 기본요금을 더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30대 택시기사 김모씨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8~9시까지 일하는데 수입이 나아지지 않았다"며 "도리어 택시부제가 폐지돼 경쟁만 치열해졌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특히 밤 12시가 넘으면 손님이 크게 줄어든다"며 "승객 입장에선 택시 타기가 수월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동구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김모씨(56)는 "원래 기본요금이 오르면 몇 달간 승객이 줄어든다"면서도 "요금이 오래 묶여 있다 올라 손님이 줄었지만 곧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김모씨(61)는 "한 3~5㎞ 떨어진 곳에서 종종 콜이 울리는데 요금이 인상됐기 때문인지 확실히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시 기본요금이 올랐다고 해봐야 4명 버스요금 합친 것보다 적으니 기본요금을 5000원 이상으로 올렸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